🎬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: 나는 반대한다 RBG (2018)

짧고 재밌고 유익하다. 후반부에는 눈물도 살짝 날만큼 감동적이었다. 인터넷에서 하나의 밈(meme)이 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을 해야 했겠지만 그 연결이 약간 어색하게 느껴졌다. 물론 SNL을 보면서 웃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(이하 RGB)를 보는 것은 재밌고 또 새로웠다. 한국에서 아주 적절한 시기에 중요한 인물의 다큐멘터리가 개봉된다는 사실에 기쁘고 많은 사람이 관람했으면 좋겠다.

어제 아녜스 바르다 감독이 별세하셔서 마음이 아팠지만 동시에 그 충만했던 삶이 참 부럽기도 했다. 이 다큐를 보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. 덕분에 RBG의 생애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되어 기쁘기도 했지만, 무엇보다 내가 하는 일에 있어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. 내성적이고 조용하지만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잘하고 그것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인생.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. (참, 배우자와의 관계도 참 인상 깊고 부러웠다.)

“Real change, enduring change happens one step at a time.”

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: 나는 반대한다 RBG (2018), 벳시 웨스트 Betsy West & 줄리 코헨 Julie Cohen

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: 나는 반대한다 RBG (2018) | 벳시 웨스트 Betsy West, 줄리 코헨 Julie Cohen

2019년 10번째 주

WEEK 10

  • 회사 친구들과 화상통화를 했다. 쉽지 않은 타지생활 중 친구들과의 화상통화가 참 힘이 된다.
  • 직장동료 V가 한국에서 사 온 곶감을 줬다. 냉동실에 얼려놓고 한 주 내내 두 개씩 잘 녹여 먹었다.
  • 외주 작업비를 받았다. 기억하는 거로는 첫 외주로 받은 돈이고 중간에 일도 걱정도 많았던 만큼 참 기뻤다.
  • 새 핸드폰을 샀다. 친구가 듀얼 SIM이 적용되는 iPhone XR을 중국에서 사다 주었다. 2년 넘게 잘 쓰던 SE의 발열이 너무 심해서 구매한 것인데 사기 전에는 너무 큰 사이즈가 부담스러웠지만, 막상 받고 보니 꽤 만족스럽다. 전자제품을 한 번 사면 정 붙이고 아껴서 오래 쓰는 편이라 새 제품을 사면 좋은 친구를 새로 만난 것 같아 즐겁다.
  • <킬링 이브 Killing Eve> 시즌 1을 드디어 봤다. 좋은 배우의 열연을 보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. 최근 들어 남성 배우에서 볼 수 없는 어떤 경이로운 것들을 여성 배우들의 연기에서 보는 것 같다.

🎬 컨택트 Arrival (2016)

Ted Chiang의 원작 <Story of Your Life>를 워낙 재밌게 읽어서 영화로 나왔을 때 꼭 보려고 벼르고 있었다. 영화관에서 보는 것을 놓쳐서 언젠가 날 잡고 보려고 에너지를 모으다가 드디어 봤는데 원작과 다른 의미로 좋았던 것 같다. 영화로 만들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각색을 잘한 것 같다. 영화를 보기 전부터 요한 요한손의 음악을 좋아한 데다가 오스카 음향편집상을 받은 것도 기억나서 소리에 집중해서 봤고 (사실 따로 집중하지 않아도 소리의 사용이 무척 인상 깊어 자연히 집중되었다) 영화관에서 못 본 게 더 아쉬워졌다.

컨택트 Arrival (2016) | 드니 빌뇌브 Denis Villeneuve | VIA Netflix

🎬 스파이더맨: 홈커밍 Spider-Man: Homecoming (2017)

가볍고 귀여운 영화였다. 어릴 때 <스파이더맨 트릴로지 Spider-Man Trilogy>를 보고 자라서 삼촌이나 고뇌에 빠진 피터 파커가 안 나온다거나 하는 것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나름 귀엽고 나쁘지 않았다. 스파이더맨 전작들에 대한 오마주들은 무척 반가웠고, <스파이더맨> 시리즈를 볼 때의 묘미 중 하나인 빌딩숲 을 날아다니는 장면이 없는 건 좀 아쉬웠다. (빌딩이 없는 골프장에서 뛰어다니는 모습이 오히려 현실적이고 재밌긴 했지만.)

스파이더맨: 홈커밍 Spider-Man: Homecoming (2017) | 존 왓츠 Jon Watts | VIA Netflix

2019년 9번째 주

WEEK 9

  • <더 페이버릿 The Favourite (2018)>으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은 올리비아 콜맨이 주연으로 나오는 넷플릭스 시리즈 <브로드처치 Broadchurch> 시즌 1, 2를 넷플릭스에서 봤다. 여성 경찰들, 여성 판사와 변호사 등 다양한 인물이 나오는 게 특히 눈에 띄었다. 무엇보다 올리비아 콜맨의 연기가 너무 좋았고 인상깊었다.

2019년 8번째 주

WEEK 8

  • 일종의 출장으로 베트남 하노이에 다녀왔다. 있는 동안 쌀국수를 한 6그릇은 먹었다. 공식 일정이 끝나고 추천받은 음식점을 열심히 다녔는데 하루는 우연히, 아니 실수로, 유명하지 않은 쌀국수집에 들어가게 됐다. ‘하노이 3대 쌀국수’는 커녕 구글맵에 리뷰도 별로 없던 그 집의 쌀국수가 가장 맛있었고 삶에는 가끔 이런 우연이 필요하단 생각을 했다. 파와 소고기로 진한 그 국물이 벌써 조금 그립다.
  • 베트남에 간 이유는 어떻게 인권 활동이 기업/프라이빗 섹터와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한 워크숍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. 내용도 내용이었지만, 타지 생활을 하며 일에 조금 지쳐갈 때 즈음, 각 나라에서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을 만난 것이 참 좋았다. 단지 인스파이어링(inspiring)했던 것이 아니라 내가 갖고 있는 실질적인 고민들을 들어주고 칭찬해주고 북돋아 줘서 많은 힘을 얻었다.
  • 그럼에도 베트남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사실 욕조였다. 우연찮게 호텔에서 방을 스위트룸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줬고, 덕분에 찝찝함에 잘 들어가지 않던 욕조에 샴푸를 풀어서 한번 씻어 낸 뒤, 삼 일을 연달아 뜨거운 물을 받고 들어갔다. 성인이 된 이후론 목욕탕도 잘 가지 않아 이렇게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는 게 얼마만인가 싶었는데 참 좋았다. 얼마나 오랜만이었는지 고교 시절 일본 홈스테이를 했을 때 들어갔던 욕조가 떠올랐을 정도였다. 따뜻한 물에 몸을 뉘고 책을 읽고 좋아하는 앨범을 듣는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. 그리고 이렇게 나이를 먹나 생각했고 언젠가 욕조가 있는 집에 살리라고 다짐했다.
  • 물이 모여있는 것을 보는 것은 언제나 날 행복하게 만든다. 물이 많으면 많을수록 스트레스가 풀린다. 강이 많다(Hà Nội, 河內)는 뜻을 가진 도시는 그런 면에서 참 마음에 들었다. 서호(Hồ Tây)에 간 날, 날씨가 추워 비록 호수가 한눈에 잘 보이던 카페 옥상에 오래 앉아 있진 못했지만,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며 호수를 바라보니 참으로 좋았다.

📖 재인, 재욱, 재훈 (2014)

정세랑표 사람들이 사람을 구하는 이야기는 늘 좋다. 정말로 구조자는 많을수록 좋고 이 이야기들을 읽는 것만으로 참 힘이, 위로가 된다.

사람들이 스스로를 구할 수 있는 곳은 아직도 세계의 극히 일부인 것 같아. 히어로까지는 아니더라도 구조자는 많을수록 좋지 않을까?

<재인, 재욱, 재훈>, 정세랑

재인, 재욱, 재훈 (2014) | 정세랑 | 은행나무 | VIA RIDIBOOKS

📖 이만큼 가까이 (2014)

처음에 읽을 때는 전에 읽은 다른 소설보다 별로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. 읽었던 다른 책들에 비해 ‘기존 문학 냄새(?)’가 나는 것 같아서 좀 더 본인 스타일로 쓴 책이 좋다고 다 읽기도 전에 오만하게 친구들과의 카톡방에 남겼다(내일 낮 시간이 되면 정정 카톡을 남길 예정이다). <피프티 피플>을 읽었을 때도 그랬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, 읽으면 읽을수록 이 책도 무게가 무거워졌다. 내 안에서 이런저런 문장이 샘솟았다. 그리고 다 읽고 난 뒤에는 여운이 참 길게 남았다. 이 마음, 이 느낌은 여운이 남았다고만 표현하는 것으론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생각도 든다. 이 소설의 마지막 즈음에서도 꽤 길게 나열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이 이제 정세랑 작가의 지문 같아서 반가웠다. 전자책으로 나와 있는 정세랑 작가의 책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아 많이 아쉽다.

이만큼 가까이 (2016) | 정세랑 | 창비 | VIA RIDIBOOKS

2019년 7번째 주

WEEK 7

  • 바쁜 와중에 급한 일들을 잘 마무리했다. 일이 쌓여 있을 땐 스트레스를 받게 마련이지만, 그것들을 끝냈을 때 오는 쾌감도 분명히 있다. 특히 (디자인)외주 작업은 클라이언트 마음에 들어야 해서 더 어렵고 까다로웠지만, 수정안을 마음에 들어 해서 기뻤다. 더 부지런하게 조급하지 않게 일들을 잘 끝내 성취감을 자주 느끼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.
  • 회사 앞에 타코벨이 생겼다. 한국에선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막상 여기서 먹으니 너무 맛있어서 이번 주에만 두 번을 가서 먹었다.
  • 매주 챙겨보던 <루폴의 드래그 레이스 올스타4 Rupaul’s Drag Race All Stars 4>가 끝났다. 가장 응원했던 마닐라는 비록 떨어졌지만, 탑4에 오른 퀸들 모두에게 애정이 가는 시즌이었다. 피날레 에피소드는 특히 좋았고, 우승자도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나와서 기뻤다.
  • 기대했던 <엄브렐러 아카데미 Umbrella Academy>를 넷플릭스에서 봤다. 큰 재미는 없었지만 하루 만에 한 시즌을 다 봤다. 등장인물들의 대사나 행동에 잘 설득이 안 됐지만, 엘렌 페이지를 화면에서 만날 수 있어 좋았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