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019년 8번째 주

WEEK 8

  • 일종의 출장으로 베트남 하노이에 다녀왔다. 있는 동안 쌀국수를 한 6그릇은 먹었다. 공식 일정이 끝나고 추천받은 음식점을 열심히 다녔는데 하루는 우연히, 아니 실수로, 유명하지 않은 쌀국수집에 들어가게 됐다. ‘하노이 3대 쌀국수’는 커녕 구글맵에 리뷰도 별로 없던 그 집의 쌀국수가 가장 맛있었고 삶에는 가끔 이런 우연이 필요하단 생각을 했다. 파와 소고기로 진한 그 국물이 벌써 조금 그립다.
  • 베트남에 간 이유는 어떻게 인권 활동이 기업/프라이빗 섹터와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한 워크숍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. 내용도 내용이었지만, 타지 생활을 하며 일에 조금 지쳐갈 때 즈음, 각 나라에서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을 만난 것이 참 좋았다. 단지 인스파이어링(inspiring)했던 것이 아니라 내가 갖고 있는 실질적인 고민들을 들어주고 칭찬해주고 북돋아 줘서 많은 힘을 얻었다.
  • 그럼에도 베트남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사실 욕조였다. 우연찮게 호텔에서 방을 스위트룸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줬고, 덕분에 찝찝함에 잘 들어가지 않던 욕조에 샴푸를 풀어서 한번 씻어 낸 뒤, 삼 일을 연달아 뜨거운 물을 받고 들어갔다. 성인이 된 이후론 목욕탕도 잘 가지 않아 이렇게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는 게 얼마만인가 싶었는데 참 좋았다. 얼마나 오랜만이었는지 고교 시절 일본 홈스테이를 했을 때 들어갔던 욕조가 떠올랐을 정도였다. 따뜻한 물에 몸을 뉘고 책을 읽고 좋아하는 앨범을 듣는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. 그리고 이렇게 나이를 먹나 생각했고 언젠가 욕조가 있는 집에 살리라고 다짐했다.
  • 물이 모여있는 것을 보는 것은 언제나 날 행복하게 만든다. 물이 많으면 많을수록 스트레스가 풀린다. 강이 많다(Hà Nội, 河內)는 뜻을 가진 도시는 그런 면에서 참 마음에 들었다. 서호(Hồ Tây)에 간 날, 날씨가 추워 비록 호수가 한눈에 잘 보이던 카페 옥상에 오래 앉아 있진 못했지만,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며 호수를 바라보니 참으로 좋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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